사진 메타데이터
만일 누군가 제게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고르라고 한다면, 저는 일고의 고민도 없이 이 사진을 고를 것입니다. 몇 년이 지난 지금에 들어서도 저는 제가 이 사진을 건질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. 그만큼 하늘이 내려준 사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.
천성 때문인지, 아니면 더위를 많이 타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, 그 당시의 저는 눈을 좋아했습니다. 그래서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바로 집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. 소복히 쌓인 눈에 장갑을 끼고 이리저리 굴려 눈 뭉치를 만들었죠. 그러다 갑자기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져서, 옥상 바닥에 쌓인 눈과 굴러다니는 나무가지를 사용해 눈사람 두 개를 만들었습니다. 처음에는 같은 크기로 만드려고 했는데, 손재주가 부족해 그만 한 쪽이 왜소한 형태가 돼 버렸습니다. 하지만, 오히려 이로 인해 두 눈사람이 부모와 자녀처럼 보여 더욱 좋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었습니다.
눈사람을 다 만들어 놓고 보니 좋은 피사체가 될 것만 같아, 저는 바로 집으로 달려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나왔습니다. 실외기 위에 만든 눈사람을 두고, 펑펑 내리는 눈과 함께 남아내기 위해 쪼그려 앉은 자세로 꽤 오래 씨름한 끝에, 이 멋진 사진이 제 손 안에 들어오게 됐습니다. 이 외에도 몇 컷 찍긴 했지만, 이 사진 외에는 특별히 쓸만한 사진이 있던 것 같진 않았습니다.
때마침 사용하기 시작한 darktable이라는 후보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열심히 만져본 결과, 오늘날까지도 만족스러운 사진이 탄생했습니다. 이 사진의 기억을 품고 겨울이 올 때면 여러 출사를 나가곤 했지만, 지금까지 이것보다 더 낳은 사진을 얻을 순 없었습니다. 그래서 사진을 파비콘으로도 만들었습니다. 앞으로도 몇 년은, 어쩌면 사진을 그만 찍는 순간까지도 이 사진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 같습니다.
블로그에도 이 사진을 다뤘지만, 웹사이트에도 이 사진을 올려놓고 싶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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